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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 공감서’ 라고 하는데 별로 공감이 되질 않았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작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은 에세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 있던 많고 많은 에세이 중에 이 책이 기억에 남은 건 제목 때문이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니, 왜일까..? 목표하는 바가 있어서 열심히 노력해도 꿈을 이루기 힘든 냉엄한 세상 때문인걸까?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니, 어느 때보다도 돌파구를 찾고 싶었기에 이 책의 제목을 꽤나 오해해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작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술을 자주 마시고 지각을 많이 해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해서 소소한 것이라도 이뤄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대신 술 마시고 실수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마음이 헛헛해서 술 마시고, 또 마음이 헛헛해서 밴드 모임에 나가서 술을 마시고, 이러저러해서 술 마시는 이야기와 40대가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지각에 대한 변명을 하는 글들이 책의 1/3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업무에서는 매번 혼나면서도 지각하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았는데 단체로 여행갈 때 1등으로 도착해서 상사의 공분을 샀다는 에피소드에서 뜨악했다.. 이 책의 작가보다 훨씬 어린 작가도 타인과의 시간 약속은 칼같이 지킨다는데.. ) 그리고 자기 연민이 너무 심한 것 같다. ‘결혼’이나 ‘연애’를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연민을 꽤 많이 썼는데, 결혼만 못했을 뿐이지 저자는 나름 잘나가는 TV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오랜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남들은 다 결혼하고 애까지 있는데 남자친구 하나 없는 내가 유부녀, 이혼녀 보다 못해’ 라는 발상은 40대가 된 성인이 하기엔 너무 어린 생각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을 자신도 알고 있는지 p.174 어쩔 땐 나만 연애를 안 한다는 이유로, 어쩔 땐 나만 연애한단 이유로…. 혹은 같이 나이 들며 비슷하게 변할 줄 알았는데 나만 덩그러니 혼자 남은 듯한 기분에 자신을 왕따로 몰고 간 건 아닐까   그래, 그랬던 것 같다. 남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그들의 얘기에 공감 못하는 나에 대한 연민에 휩싸여 자신을 너무나도 가여워하며 말이다. 라고 쓰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여 보겠다고 생각해볼만도 한데 ‘그들과 같아질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그들과 자신은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 이라고 한다. 자기연민에서 나와서 다른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여 보는 게 어째서 서로 같아진다는 건지..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줄 수도 있지 않나..? 뭔가 좀 공감되고 진솔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미성숙한 어른의 자기 변명을 읽은 기분이다. 100세 시대를 (사는 데에 있어서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오래 사니 고리타분해질 필요 없다며 40대가 응석을 부려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다니, 이것도 놀라운 재주라고 생각한다.

tvN [막돼먹은 영애 씨] 작가, 한설희! 그녀가 풀어 놓는 나이 듦에 관한 솔직한 고백, 그리고 통찰 맙소사, 또 한 살 묵었다!! 웃긴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리얼 ‘짠내 X 웃음’의 콜라보! 2007년 방송을 시작해 열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tvN [막돼먹은 영애 씨]의 작가이자, ‘영애 씨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한설희! 그녀가 ‘과년한 싱글’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애환을 작가 특유의 감칠맛 나는 필체로 풀어냈다.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에는 대한민국에서 ‘그 나이’로 살아가면서 겪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리얼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담겨 있다. 가령, 언젠가부터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야속한 부모님부터 막상 결혼의 압박이 사라졌을 때 슬며시 치켜드는 초조함과 좌절감, 열 받을수록 자꾸만 커지는 모공, 하루가 다르게 흐릿해져가는 기억력, 내 인생에서 가장 밝게 빛나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까지, 내 나이가 신경 쓰이는 독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그 나이 먹고…… , 결혼은 안 하냐 , 애는 언제 낳으려고 그러냐 등 쓸데없이 참견 많은 무례한 ‘오지라퍼’들에게 보내는 위트 있는 반격이자, 나 자신으로서 당당하겠다는 작은 고백이다. 동시에 세상의 모든 영애 씨에게 바치는 가장 평범하고 따뜻한 위로이다.

프롤로그. 또, 한 살 위에 올라서다

#1. 요즘 자주 듣는 말, ‘그 나이’
#2. 막상 결혼의 압박이 사라지면
#3. 모공이 열리는 시간
#4. 내 머릿속의 지우개
#5. 누구나 빛나던 시절이 있다
#6. 내게 남은 난자의 수
#7. 다시 태어나면 누가 되고 싶어?
#8. 너의 의미
#9. 싱글, 늘 아름다우면 좋으련만
#10. 메로나 옆에 정자
#11. 늦는다는 것의 미학
#12. 날씬해 본 적 없는 언니의 변辯
#13. 충고가 어려운 나이
#14. 감정의 나잇살
#15. 빨강 머리 앤과 B사감 사이
#16.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17. 40년산 브랜드의 고집
#18. 그렇게 왕따가 되어 간다
#19. 유부녀 〉 이혼녀 〉 노처녀
#20. 인생, 그 무모한 도전
#21. 마음의 공백
#22.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너에게
#23. 총체적 지각 인생
#24. 나는 아직도 목마르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