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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야!

 네 살 우리 아이가 즐겨 봤던 누리와 둥이 시리즈 ‘내 담요 어디 갔지?’의 다음 이야기 ‘우리 집이야!’ 아이는 여전히 귀여운 강아지 누리와 둥이를 따라하며 신나 하지만, 엄마 된 입장으로 이 책을 보며 이게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엄청 심각한 건 아닌데, 첫 아이를 키우며 감상적이 되다 보니 유독 그런 것 같다.) 어느 날, 강아지 누리와 둥이에게 새 집이 생긴다. 새 집은 안락하고 안전한 가정집 내부가 아니라 마당 한 켠에 마련된다. 강아지들은 자신들이 다 컸다며 독립적인 공간이 생겨 좋다며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기 인데다 처음 겪는 홀로서기라 뜰에 마련된 새 집에서 보내는 첫날이 결코 녹록치 않다. 자신들의 이름이 쓰인 공간이 생기니 나름 흡족 했지만 밤이 되고 어두워지니 모든 것이 낯설고 겁이 난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나도 겪었었고 우리 아이도 겪을 그런 이야기니까. 내가 다섯 살 때,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며 처음으로‘내 방’을 가졌다. 어둡고 작은 방에 침대와 책상이 있었고 벽에는 소녀가 기도를 하고 있는 그림 액자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께서는 그때부터 내가 내 방에서 혼자 자기를 원하셨다. 거의 반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홀로서기였다. 엄마가 걱정되어 밤에 슬그머니 내 방에 들어와 보시면 한동안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 눈물을 쫄쫄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자다가 침대에서 쿵! 떨어지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어른이 된 지금은 내 공간의 소중함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 집에 이사 와 남편과 처음 싸웠던 것이 각자의 공간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남편은 자신이 편하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주장했고, 나는 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주장했다. 내 작업은 사실 어디에서든 가능해 남편의 공간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기는 했지만, 나에겐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나의 공간’ 이라는 것은 그런 거다. 내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다만 그 공간이 형성되고 그 공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부자연스러운 시기도 있는 법이다. 그게 지금 우리 아이가 통과하고 있는 이 시기이지 않나 싶어 마음이 안쓰럽다. 혼란스러운 그리고 한동안 혼란스러워질 마음을 잘 추스르길 바라본다. 자신의 공간을 부여 받는다는 것은 아기가 어린이로 청소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큰 틀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 집이야!’ 우리 아이는 이 그림책을 보며 귀여운 강아지에게 마음을 빼앗겼겠지만, 훗날 자신의 ‘내 방’을 갖게 되었을 때, 이 그림책이 어렴풋이나마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매일매일 무럭무럭 쑥쑥 크는 중인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집이야!’는 의식 또는 무의식 중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이가 이 시리즈를 참 좋아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일지도. 아이의 입장과 감정과 관점이 듬뿍 반영되어 있어서일까? 누리와 둥이 시리즈, 이 심플한 책은 늘 강추다.  

단짝 친구 누리와 둥이 시리즈 2권 출간! 누리와 둥이의 집에 놀러 가도 될까요? 누리와 둥이는 단짝친구랍니다. 누리와 둥이에게 새 집이 생겼어요. 오늘부터 집이 있는 밖에서 잘 거예요. 그런데 친구들이 자꾸 놀러와요. 짹짹~ 냐옹냐옹~ 왈왈~! 하지만 누리와 둥이는 자기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는 게 싫어요. 누리와 둥이만의 집이니까요. 우리 집에는 아무도 오지 마! 하지만 깜깜한 밤이 되자 둘만 남은 누리와 둥이는 무서워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과연 누리와 둥이는 무사히 새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