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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첩


추리소설을 쓰는 동기는 무엇일까.저자 또한 <신세이넨>을 구독하는 탐정소설의 독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에 생활을 쓰지 못하고 인간의 성격을 쓰지 못할 정도로 너무 꾸며내는 탓에 일반 소설과 똑같이 사람 냄새 나는 탐정소설을 시험 삼아 써보았다고 한다. 동기 없는 범죄는 없을 터, 동기가 있는 범죄에는, 인간이 가장 막다른 곳에 몰렸을 때 성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동기를 추구한다는 것은 성격을 그리는 것이자 인간을 그리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쓰는 이상, 트릭이나 의외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필수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마쓰모토 세이초가 역설하고 있는 것은 ‘추리소설’이라 해도 역시 ‘소설’이라는 것이다. 추리소설을 쓰려면 소설을 써야 한다. 뛰어난 추리소설은 반드시 뛰어난 소설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저 트릭의 기발함이나 의외성의 재미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추리소설이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추리의 어려움으로 독자에게 도전하려고 해도, 역시 인물의 성격묘사, 생활, 사회상 같은 것을 선명하게 그려내지 않으면 독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창시자면서 현대사를 새롭게 조명한 공으로 1991년 아사히상을 수상한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 그는 다음해 뇌출혈로 쓰러져 생을 마감한다. 소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고 마흔한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했으며 늦게 시작한 만큼 쉼없는 글쓰기는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1,000여 편의 다양한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기에 이른다. 그의 추리소설 쓰기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특이한 환경이 아니라 일상생활일 것, 2) 특별한 성격의 인물만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사람에서 찾을 것, 3) ‘등골에 얼음이 닿은 듯한 오싹한 공포’가 아니라 누구라도 일상에서 경험 가능한 서스펜스일 것. 검은 수첩은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잡지에 연재한 에세이로 세이초 본인의 추리소설론과 자신이 쓴 추리소설의 뒷이야기, 현대 범죄에 대한 고찰, 역사소설관에 대해 그만의 언어로 쉽게 풀이한 책이다. 그는 말했다.“글쓰기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세이초가 갖고 있던 고민과 전후 일본 사회를 헤쳐 나가며 겪은 시대적 공기가 선명하게 아로새긴 그의 소설, 추리소설을 탐독하는 안내서격인 책이다.
세이초의 창작노트 속에 담긴 미스터리와 미스터리론!

‘박람강기 프로젝트’ 4권. 전후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마쓰모토 세이초가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추리소설 독자들의 요청에 부응하여 ‘추리소설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사회파 미스터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어가며 에세이 형식으로 쓴 글을 모았다.

그는,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사소설이 해외 소설처럼 이야기성이 강한 작품보다 높이 평가되는 일본 문단을 비판하며, 상상력에 의한 허구와 이야기성을 중시하여 쓰인 소설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세이초가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추리소설에 있어서 세이초는 과장이 많고 지나치게 꾸민 문체나 ‘신과 같은 천재적 탐정’의 존재를 부정하고, 일상성의 회복과 리얼리티의 확립, 그리고 ‘유령의 집’과 같은 공포가 아니라 누구라도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거나 예감할 법한 서스펜스를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트릭이나 수수께끼 풀이를 본질로 하는 추리소설의 특질은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 책에는 세이초의 창작노트 속에 담긴 작품 창조의 뒷이야기와 조사와 취재의 중요성, 왜 추리소설을 읽는 여성독자가 늘었을까, 자신이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 현대의 범죄에 대한 고찰,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추리소설이 문학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논쟁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장 추리소설의 매력
1. 추리소설에 리얼리티가 필요한 이유
- 왜 추리소설을 읽는 여성 독자가 늘었을까
- 소설 자체가 재미있으면 비평가에게 경멸받는 것 같다
- 리얼리티가 없는 추리만큼 바보스러운 것은 없다
- 추리소설은 원래부터 내용이 이상하다
2. 추리소설은 문학이 될 수 있는가
- 처음으로 탐정소설의 재미를 가르쳐 준 것
- 일본 탐정소설의 주류
- 나는 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나
- 추리소설의 숙명
- 사회소설을 쓸 때 추리적인 기법을 이용하면 어떨까
- 추리소설의 수법에 관해 장래에 남은 문제

2장 추리소설의 발상
1. 소설과 소재
- 추리소설을 쓸 때, 어떻게 작업하는가
- 추리소설을 흔히 쓰는데 동기는 무엇인가
- 법률서에서 얻은 힌트
- 신문 기사에서 얻은 힌트
2. 창작 노트 1
- 추리소설의 문체
- 앞으로의 추리소설
3. 창작 노트 2
- 힌트가 떠오를 때

3장 현대의 범죄
1. 검은 노트
- 신흥 종교 살인 사건
- 위조지폐 이야기
2. 일본의 검은 안개 에 대하여
- 제국은행 사건의 의문
- 한국전쟁과 사건
3. 마쓰카와 사건 판결 그 순간
- 판결 순간
- 배후의 연출자

4장 두 가지 추리
1. 스튜어디스 살인 사건
- 제3의 인물과 신부
- 경시청은 알고 있었다
2. 〈시모야마 사건 백서〉의 수수께끼
- 자살설과 타살설
- 살해 현장은 어디인가

5장 추리소설의 주변
1. 스릴러 영화를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 소설과 영화
- 드라마는 인간의 확대
- 피해자의 눈
- 영화의 특수성
2. 뒷이야기
- 종이 등반
- 지도 위 여행
- 내게 영향을 준 작가
- 역사소설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