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미 선생님과 함께하는 과학 수업은 재미있다. 공부와 놀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당신의 일상을 갖고 오기도 한다. 이미 선생님의 취미며 일상을 대부분 꿰뚫고 있는 아이들도 자신들의 일상을 기꺼이 털어놓는다. 그렇게 공부와 일상이 서로 엮여 나가며 학교 공부를 책 속에만 갇혀 있지 않게 한다. 아이들은 즐겁게 공부하며 저절로 과학의 기초 지식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다. 생물, 지구과학을 공부할 때도 다르지 않다. 일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저는 미끌리, 얼마 전 제비꼬리샘 친구네 배추밭에서 배춧잎에 붙어 온 달팽이에요. 착한 주인을 만난 덕분에 새끼손톱만 하던 제가 이렇게 자랐어요. 저는 딱딱한 껍데기 속에 몸을 숨길 수 있고, 배춧잎이나 상추 등 채소를 먹고 자라요. 주인님은 제 뾰족한 더듬이를 건드리며 노는 걸 좋아해요. 저는 다리가 없어서 몸에서 채액을 내보내면서 배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가지요. 그래서 저를 만지고 나면 손이 끈적끈적하다고 해요. (68-69쪽)
일본에 100만 명에 가까운 우리 교포들이 살고 있어요. 그리고 1923년 관동대지진 때는 끔찍한 지진의 참상 이후 나빠진 민심을 틈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3,000-6,000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이 억울하게 학살을 당한 끔찍한 일도 있었답니다. 참 기막힌 일이죠. 게다가 최근의 동일본 대지진 때 지진해일로 인한 후쿠시마 원자로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에도 고스란히 닥쳐오고 있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은 아닌 거죠. 그러니까 이웃나라에 불행한 일이 생긴다면 다함께 힘을 모아 돕고, 우리 자신도 지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겠죠? (192-193쪽)
선생님과 함께하는 공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는 없다. 동물에 대해 수업을 할 때면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세미, 사랑앵무 단디, 그리고 달팽이 미끌이가 등장한다. 선생님 집에서 한 식구가 되어 살아가는 동물들이다. 지진에 대해 공부할 때도 단지 지구 내부에서 힘을 받아 지층이 끊어지면서 땅이 흔들리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와 연결이 되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과도 닿아 있으며, 이웃나라의 불행에 무관심하게 대하지 않는 마음과도 관계한다. 모든 학문과 살아갈 태도까지 연관되는 것이다.
식물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은 식물을 관찰하기 전에 화단과 학교 숲의 식물을 미리 조사하고, 학습지에 간단한 학교 약도를 그려서 학생들에게 나눠 준다. 학생들이 직접 관찰한 장소에 식물 이름을 써 넣을 수 있도록 하면 서식지와 식물 이름을 동시에 알게 되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꽃이나 나무와 마주칠 땐 꼭 이름을 불러 주라고 강조한다. 식물을 함부로 꺾거나 채집하지 말고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도록 한다. 식물의 모습을 세밀화로 그리거나 모둠별로 서식지에 따른 학교 식물 지도로 만들어 보게 하기도 한다. 각자 하나의 식물을 정해 식물도감을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찰 기록을 하게 한다.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이러한 모든 과정은 직접 겪고 배운 것을 아이들한테 온전하게 전달하려는 열정의 소산이다. 단순한 과학 공부가 아니라 큰 공부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초등 과학 교과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학습 내용을 [1권 물리와 화학 편]과, [2권 생물과 지구과학 편]에 나누어 담은 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가 출간되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과학 전담 교사 박연미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과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과학 학습 정보를 제공하는 어린이 과학책입니다.
체격이 다른 친구와 시소를 타며 힘을 겨룬 일, 더운 여름날, 가방 속에 얼음물병과 함께 넣어 둔 공책이 흠뻑 젖어 낭패를 본 일, 창밖의 햇빛을 거울로 반사시켜 교실 한켠을 어지럽히며 낄낄거린 일……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일들이지요. 스토리텔링 초등 과학 교과서 는 이 책만의 특장점인 ‘대화’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교과서 속 이론과 개념을 나의 일상, 나의 이야기로 끌어와, 아이들이 스스로 더 알고 싶고, 더 찾고 싶어지는 능동적 과학 공부로 아이들을 안내합니다.
머리말 4 / 이 책의 등장 인물 6
1장 지구와 달, 뭐가 궁금해 ∥ 1. 내가 사는 지구 12 / 2. 지구를 따라 도는 위성, 달 24
2장 동물, 탄생에서 죽음까지 ∥ 1.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42 / 2. 동물의 한살이는 어떠할까? 52
3장 동물, 이렇게 살아요 ∥ 1. 우리 주변에는 어떤 동물이 살까? 64 / 2. 사는 곳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도 달라! 72 / 3.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86 / 4. 동물에게서 배우다 88
4장 씨가 싹이 트고 열매 맺기까지 ∥ 1. 여러 가지 씨 관찰하기 94 / 2. 씨의 싹을 틔우고, 식물을 길러 볼까 98 / 3. 식물의 한살이는 어떠할까? 112
5장 식물, 이렇게 살아요 ∥ 1. 식물에 이름을 붙여 볼까 120 / 2. 사는 곳에 적응한 식물들 130 / 3. 식물에게서 배우다 140
6장 지표의 변화 ∥ 1. 흙이 없으면 나도 없어! 148 / 2. 산과 강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158
7장 화산과 지진 ∥ 1. 불을 뿜는 화산 168 / 2. 땅이 흔들리는 지진 180
8장 지층과 화석∥ 1. 층층이 쌓인 지층 202 / 2. 공룡이 살았던 걸 어떻게 알 수 있지? 216
찾아보기 232 / 사진 출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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