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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혹의 기술

예능, 유혹의 기술

예능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티비 프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같이 집에 티비 자체가 없는 사람에게는 또 다를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이라는 분야 자체를 즐긴 지가 오래 되었다. 개그콘서트나 무한도전,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고, 즐겨봤던 프로그램도 있다. 아주 오래전에는 개그콘서트를 즐겨봤었고, 그 이후에는 라디오스타를 시청했었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겨보던 프로그램들이었으나,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또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출연하던 예능인들이 교체되는 것도 그렇고,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거나 하차하게 되고, 또다른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것들이 그랬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생애는 다른 프로그램이나 연예인들의 주기에 비해 아주 짧았다는 것을. 기획이나 콘티, 콘셉과 생명주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걸까하는 것을 말이다.이 책은 그저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다라는 예능을 기획이라는 시점에서 논하고 있는 책이다. 순수하게 예능만 즐겨 보겠다라고 하는 독자라면 예능인들과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고충을 아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즐기고 사랑하는 시청자라면 그들의 애환에 대해 생각하고 느껴보는 것도 그만큼의 애정이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반증도 있다.유재석에 대한 부분이 많이 나오는 편이기는 하지만, 각종 프로그램들기 기획의도, 프로그램의 컨셉,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개성과 관계에 대해서 다시금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을 전해주는 책이다. 일반적인 기획도서들을 즐기기가 어려웠던 독자라면, 평소 즐겨봤던 예능을 통해 기획을 알아가는 이 책이 상당히 알맞을 것으로 보인다. 행여나 예능을 가벼이 여긴 독자라면(사실 내가 그랬다)오히려 그 존재의미와 무게에 대해서 또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능의 어려움과 기획의 즐거움을 함께 논하고 있기에, 현실감과 현장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물론, 그 매력에 대해서도 확연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능, 좀 다르게 보면 안 되나요?
기획, 예능에서 한번 배워볼까요?

거참,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시네. 특정 예능 프로그램의 불편함을 지적하는 기사의 댓글에 어김없이 올라오는 심드렁한 반응이다. 예능은 웃고 즐기라고 만든 거니까, 그저 한바탕 웃고 넘기면 된다는 거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을 한번 바꿔보자. 예능을 다르게 받아들이면 안 되나요? 질문이 바뀌면 개념이 바뀌고, 개념이 바뀌면 세계가 변한다.

예능으로 기획을 배울 수 있을까? 예능, 유혹의 기술 이 던지는 질문이다. 예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 기획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예의주시하며, 참신한 아이템 기획을 위해 머리를 싸맨다. 한편, 우리는 하루하루를 알게 모르게 기획과 함께 살아간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과제 발표를 기획하고, 입사 성공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기획한다. 직장인으로서 또는 사업자로서 매력적인 상품을 기획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책의 저자 TV 칼럼니스트 이승한은 예능과 기획, 이 둘을 근사하게 엮어 ‘기획과 전략의 기술’의 핵심을 전한다. 예능을 다큐로 바라봄으로써, 예능을 매개로 한국 사회의 정치와 사회 구석구석을 비추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이를 외도(?)라고 불러도 될까? 어쩌면 그의 외도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 놓으시라. 곳곳에서 방송 전반에 대한 그의 깊은 사유와 고민의 흔적이 빛을 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 기획을 얹음으로써 어떤 예능 프로그램은 성공하고 어떤 예능 프로그램은 실패했는지, 프로그램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차이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흥망성쇠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주니 말이다.

책에서 난 되도록 시류나 당대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 위주로 책을 구성했다. 과거에 성공했던 전략들을 다시 꺼내어 활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가,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할 수 없는 기획이라면 어떤 식으로 실패에서 배워 마침내 성공으로 견인해야 하는가, 곁다리를 생략하는 것을 통해 본질만 남기는 것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약점을 강점으로 포장해서 선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 에필로그 중에서

프롤로그: 기획이 란 말의 뜻을 예능으로 곱씹으며 6

1장. 2등이 승리하는 법
1. 소소한 실패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유재석식 오합지졸물 19
부족하고 모자란 이들의 자기 증명 21
더 낫게 실패하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27
어제의 실패를 내일의 나침반으로 삼아라 34
2. 당신의 전장은 당신이 결정해라 40
‘무리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부활하기까지 42
잘하는 것 하나에 집중하라 49
이경규의 ‘남자의 자격’이 새로웠던 까닭 55
3. 때로 약점이 당신의 무기가 된다 61
앉을 자리가 없는 커피숍, 5분만 방영되는 토크쇼 63
약점을 무기로 바꾸는 방법 68
2등인 걸 숨기지 마라, 2등이었던 걸 잊지 마라 73
얻기 위해서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79

2장. 기울어가는 기획을 일으키는 법
1.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들여라 89
피드백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91
작은 피드백도 소홀히 하지 마라 98
‘런닝맨’의 성공과 실패 106
들어야 할 피드백과 흘려야 할 피드백 113
2. 스스로 외연을 한계 짓지 마라 120
경계를 넘어서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122
경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시도를 하라 127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문법을 창조하라 132
금기를 뛰어넘고, 기존의 틀을 깨는 신선한 일탈 137
3. 같은 전법으로 두 번 이길 순 없다 145
MBC [사랑의 스튜디오]와 SBS [짝]의 성공비결 147
시대에 맞는 전략은 따로 있다 153

3장. 선두 주자가 움직이는 법
1. 나영석의 성공전략 167
‘투머치’가 능사는 아니다 169
‘많이, 멀리, 독하게’ 대신 핵심 콘텐츠를 ‘깊게’ 174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동의는 까다롭게 179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으로 184
2. 금기를 뛰어넘어라, 남들보다 반 발만 더 : JTBC의 토크쇼들 190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라 192
선두 주자는 금기를 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97
새로운 욕구는 도처에 있다, 단 주목하지 않았을 뿐 203
3. tvN의 드라마는 어떻게 지상파를 이겼나 208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에 집중하라 210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장하라 215

4장.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
1. 누구의 욕망인가? 1인 가구 시대의 TV 223
불안정한 시기에는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을 찾아라 226
누구의 욕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31
민감한 욕망을 건드릴 땐 한 번 더 고민하라 238
2. 어떤 욕망인가? 먹고살고 연애하는 것이 꿈인 시대 244
먹방, 따뜻하거나 음탕하거나 246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세대를 초월한다 252
감정소모를 두려워하는 이별노래에 담긴 청년 세대의 자화상 259
3. 어디로 향하는 욕망인가? 한국의 영원한 트렌드, 복고 264
심리적 불안을 잠재워줄 상품으로서의 과거 266
욕망을 착취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기획 273

에필로그: 파도에도 허물지지 않을 기획의 고갱이 282